심양 일기#1 Daily



1. 살아남기

온지 어느새 3주가 넘어가고 있다. 와 쫌만 더 있음 벌써 한달이야. 한달이 사라졌다!! 
거의 한달이 되서야 이제 좀 사람 사는 집 같아 보이기 시작했다. 
그치만 지원받은 숙소가 워낙 그지같아서 나의 힘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인듯 하다. 포기. 
중국에는 밤에 늦게 도착해서 (직항있는데 미국항공사 아니라고 못타게해서 경유함) 
시차적응에 실패하고 밤새 낑낑 거리다가 다음날 아침 일찍 준비하고 OT를 받으러 나갔다. 
갖고 있는거는 주소밖에 없는데 이놈의 택시 기사들이 멀다고 안가겠다는거다. 아나...진짜.. 

어쩔 수 없이 지하철 타고 지나가는 사람 붙잡아 물어물어 간신히 도착했다. 
시차적응에 실패해서 그랬나 멍청할 정도로 용감했다.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도착해서 들어가려는데 입구에서 막혔다. 

낰낰..중국인 아닙니다. 비자받으러 온거 아닙니다. 문열어주세요 -_-.. 

아 내 중국어 실력이 한국어 실력까지 올라왔으면 좋겠다. 할말 다하면서 살텐데. 
언제 공부해서 원하는대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을까. 

OT는 잘 끝나고 그 다음날 바로 수업이었다. 
좀 너무 한거 아니냐 너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나 아직 짐도 못 풀었다고. 가방도 못 열었다고!! 학생이면 땡땡이치고 도망갈텐데 
내가 선생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밤늦게 간신히 수업준비를 마치고 다음날 수업에 들어갔다. 
아 이거 30 days report에 쓸거야. 이딴 식으로 스케쥴 잡았다고 쓸거라고. 다 일러 버릴거야!!

그 뒤로 미친 스케쥴은 주말도 없이 세미나에 참석해야 했고 
그 다음주 주말에는 내가 세미나에서 발표를 해야 했다. 
거기다 세미나 기간동안 감기몸살이 와서 40년동안 담배핀 아저씨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번주 월요일날 왔어요. 시차적응 못해서 얼굴이 말이 아니네요. 
갑자기 죽을듯이 기침을 해도 죽을 병은 아니니 걱정마세요 ^^.




이번주 주말에는 베이징에 있는 이벤트, 세미나에 가야한다. 
처음에는 참석만 하라더니 이제는 발표준비 하란다. 이자식들이.. 
Can you present로 시작하지만 YOU WILL present로 들리는 마법의 문장. 
나의 보스이자 휴가 결제를 지배하는 자가 물어본 거라 
아 물론 당연히 해야죠 굽신굽신 이라는 반응 밖에 나올 수 없었다. 2월 지나고 보자. 

그 다음주 주말에는 몽골 학회, 세미나가 있다. 파하하하. 미쳤어 미쳤다고. 
내 생일날 학회에서 발표해야한다고!! 
보너스 어딨냐고 깽판을 치고 싶지만 짤릴까봐 그냥 조용히 나혼자 씩씩댔다. 



2. 위쳇

공기가 생각보다 안좋다. 오자마자 공기청정기를 POWER 결제했다. 
그래도 가을이라 요새 공기는 꽤 좋은 편이라는데, 겨울이 걱정된다. 마스크 사야되는데. 어휴. 
다행인건 이제 중국 핸드폰이 있다. 은행까지 만들면 타오바오로 사야지. 이거슨 타오바오 직구..?! 
위쳇페이를 못쓰니 그냥 생활하는데 너무 불편하다. 
아예 대놓고 현금을 안받는 가게들도 많고 
돈을 받아도 자기는 잔돈이 없으니 오버페이를 하고 넘어가던 그냥 사지 말던 알아서 해라~ 라는 곳들도 있었다. 
얼마라고 알려줘서 돈을 내밀면 아주머니들이 "그냥 스캔을 하란말야 멍충아" 라는 얼굴로 쳐다보셨다. 
저도 스캔하고 싶어요. 근데 못하는걸 어찌합니까. 따흐흑. 설명을 못하는 내가 싫다. 빨리 중국어를 공부해야 할텐데. 




3. Diagnostic test

아무래도 일하는 필드가 언어교육이다 보니, 나도 중국어를 배울 기회가 생겼다. 
어느정도 수준으로 가고 싶냐고 해서 (아무래도 대학 다닐때 배운다고 설쳤던 경험이 있으니) 
너무 초급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리고 나는 맨 초급반으로 가게되었다. 

얘네 이얼싼쓰 배우고 있잖아.. 내가 지금 이얼싼쓰 배울 수준은 아니잖아.. 
얘네 지금 알스빠(28)도 합쳐서 못말하고 있다고.. (알,,스...빠! 라고 한다)

수업시간에 방해를 할 수는 없으니 얌전히 기다렸다가 중간에 강사님을 찾아갔다. 
나: 이 반은 좀 쉬운거 같아요. 다음반으로 넘겨주세요 
강사1: ㅇㅋㅋ 담반으로 넘어가! 
본인 생각에도 내가 이반은 아니었나보다. 너무 쿨하게 가라고 해서 바로 짐챙겨 나왔다. 

다음 반으로 가서 밑에 반에서 넘어왔어요 했는데 그 다음반 선생이 
시험을 줄테니까 그걸로 어느반이 맞는지 보자고 했다. (생각해보니 이 설명도 중국어였다.)
오키.굳. 드디어 좀 체계적으로 하는 구나. 나 실망 할 뻔 했잖아. 

강사2: 지금 몇반에서 왔어? (중국어) 
나: ***반에서 왔는데 (영어) 
강사2: 중국어로! (중국어)



아..? 지금부터 시험인가요?

나: 현재, 배운다, 월요일 화요일. 좀 쉽네요. (중국어) 
강사2: 너 중국에 언제 왔어? 
나: 음.. 3 weeks?... 8월 2*일 (중국어) 
강사2: 뭐타고 왔어
나: Air plane 

나 바보아녀. 인천공항 안내 로봇도 이거보다 또박또박 말했을 텐데. 어휴. 
그 뒤로 강사는 계속 중국어로만 대화를 하고 나는 떠듬떠듬 아는 단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대답했다. 

강사2: 내가 보기에 너는 지금 반에 있어야 돼. 다음 반은 너무 어려워. 
나: but 지금 반, 너무 쉽다. 이얼싼쓰 배운다. 
강사2: 근데 다음 반은 다 중국어로 가르쳐. 아무도 영어 안써. 
나:  이얼싼쓰!한다고!

그냥 시험을 주라고!! 문장 만들기, 뜻 쓰기, 핑잉쓰기 이런거였는데 대충 알듯하고 대부분 몰랐다. 
분명 배웠는데 하.. 대학 졸업한지 너무 오래 됐어 (먼산) 

강사2: 음 쓰기는 잘하네 
나: (어이..) 
강사2: 보자. 너가 쓰기도 하고 듣기도 하는데 말을 못하니까 지금 반에서 공부하고 와. 




딥빡. 내 말 안들었냐. 쟤네 이얼싼쓰한다니까 무슨 대화연습을 하고 오래. 
"너는 여태까지 모든 대화를 중국어로 하고 나는 다 알아듣고 있는데 내가 이얼싼쓰 하는 반에 있는게 맞는 거라고 생각하니??" 
라고 너무너무 말하고 싶었지만 나의 부족한 말하기 스킬로 인하여, 
노우. 지금 반. 쉽다. 노 공부. 나는 배우고 싶다. 오케이? 
라고 끝나버렸다. 

내가 하도 박박 우겨서 그런가, "그래 그럼 다음 반에 가서 니가 이해 할 수 있는지 한번 봐라" 라고 하길래 냉큼 들어갔다. 
그래 이 반이 나한테 맞는 레벨이지. 아나. 내가 스스로 셀프테스트해서 반 배정까지 해야겠니. 
그리고 그 강사의 행동이 너무 어이가 없던게 본인 말로는 내가 맨 초급반이라는데 
초급반 들어갈 학생한테 100%중국말로 하면 어떡해. 
원투쓰리포 배우는 애들 붙잡고 내가 너의 수준은 여기가 아니란다 내려가라 라고 하는거랑 뭐가 다르냐고. 

가뜩이나 신뢰도가 떨어져있는 상황인데 이 학교 점점 맘에 들지 않아. 
내 보스는 왜 이 학교를 선택해서 날 여기에 보낸 걸까. 따흐흑. 
어쨋든 원하는 레벨에 들어갔으니 이제 남은 건 열심히 공부를 하는건데 시작한 다음날부터 자체휴강이 되었다. 
회의, 출장, 내 수업, 출장이 줄줄이 잡혀있음. 머쓱. 죄삼다.. 10월부터 열심히 해보겟슴다..



4. Living condition

학교가 제공하는 숙소와 현지 담당자 그리고 우리쪽 현지 담당자, 나와의 관계가 요새 좀 정신이 없다. 
나는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우리 보스가 하도 뭐를 받아내라고!! 
난리를 쳐서 계속 푸쉬를 했더니 학교도 싫어하고 나도 싫고 현지 담당자는 중간에 껴서 싫다. 
그냥 나가서 살테니 돈을 줘라 라고 했더니 이제는 학교와 담당자가 둘 다 원하지 않아하고 있다. 
처리할 서류가 많아지고 쓸 데 없이 귀찮아지니까 그런거겠지. 내가 이쪽 담당자였어도 귀찮았 을 거다. 

그치만 나는 현재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고 스트레스를 준다 ,라고 확실하게 의사를 전달했고. 
워싱턴에 들어가는 30 days report에도 포함 시킬 예정이다. 
 이 학교에 또 파견보낼거면 이 부분 고치고 보내라. 
참고로 나는 고치던 안고치던 다음에 여기는 올 생각이 1도 없으니 다음 term 계획에서 내 이름 빼라. 

근데 또 이게 어떻게 윗대가리들 귀에 들어간건지..ㅠㅠ.. 부담스러운 오피서들이 연락이 와서는 
괜찮니? 문제없니? 만나서 얘기하고싶은데 내일 시간어떠니? 하면서 오늘 미팅이 잡혔다. 
오지마..오지말라고.. 너네 상대하는것도 일이라고 이자식들아. 
너네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하는거지만 나는 아니라고. 너네 존재가 스트레스라고!!! 
너네 둘이 내 보스랑 동급 + 위잖아!! 



나 베이징 이벤트 때문에 친구랑 옷사러 가기로 했었단 말야. 시펄...




5. 제주

나는 중국에서 빠오즈를 먹고 있을 때 친구 Y는 20년만에 한국에 놀러갔다. 
제주를 가! 제주도를 가라고! 주중에 가면 비행기도 왕복 5만원 컷이라고. 
둘다 아시아 대륙으로 넘어오기 전부터 열심히 사진을 보여주며 영업을 했다. 가라고오... 
제주에서 나 홍보대사 자격 줘야 되는 거 아니냐. 
뭘 먹을지 어딜 갈지 같이 고민하면서 내가 써놓은 글들을 봤는데 보다보니 
'아 1년동안 나름 잘 먹고 돌아다녔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김밥만 먹은 것 같았는데 그래도 나름 열심히 다녔어! 

항상 어딜 가든 지나고 나면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거 겠지. 
분명 제주에서 막판에는 이 섬에서 나가야해!!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ㅎㅎ. 

제주도 하니까 해장국 먹으러 가고 싶다. 다진마늘 넣어서 먹어야되는데. 
중국 설날에 제주를 가볼까 고민 중이다. 직항도 있던데 .. 직항은 있지만 돈은 없지 아참.
흠. 그치만 제주도는 그 해장국 먹으러 갈만해. 맞아. 

중국에서의 19-20는 최대한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이것저것 열심히 해야겠다. Aka 많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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