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프라하 여행 #1. Spontaneous Travel






가을에 일주일이 안되는 기간동안 마드리드와 프라하에 다녀왔다. 
사실 마드리드는 경유지여서 제대로 구경을 못했는데 이번 경험이 너무 좋아서
다음에는 스페인에 제대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겻다.

나의 첫번째 유럽여행은 전체적인 theme이 spontaneity이다.
주위 친구들이 다 유럽에 백팽킹을 떠날 때 왜일까 나는 크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물가가 비싸다는 편견이 있어서 그럴까, 영어를 그닥 안반긴다는 루머를 들어서 그랬을까. 
뭐가 어찌됐든 아시아 여행을 열심히 다니면서 유럽은 그냥 언젠간 가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다. 

그러던 2017년 가을, 안좋은 일들이 줄줄이 터졌다. 사실 여름부터 이어진 일들이긴 하지만. 
기다리던 일들이 다 무산되어버렸고 한참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차사고 까지 났다.
양쪽 다리에 피멍은 시퍼렇게 들어서 아직까지 다 안빠졌다. 5년동안 함께 잘 지내왔던 차는 폐차.. 
괜찮은 척 했지만 솔직히 다 때려쳐버리고 싶었다. 
머리가 아프고 모든 일이 다 귀찮고, 매일 지내는 일상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러다가 진짜 뭔일 저지를까 싶어서 나 스스로한테 잠깐 브레이크를 주기로 했다. 
휴식, 아니면 말그대로 이어지는 일들에 브레이크.

마침 내 생일이 다가오고 있어서 그냥 무작정 Google flight에 생일이 들어간 주말에 가장 싼 비행기 편을 알아봤다. 
처음에는 아이스랜드에 가볼까 했는데 너무 춥고.. 음식이 맛없다는 리뷰를 보고 포기했다. 
출발이 일주일 반정도 남은 상태라 티켓이 거의 다 비싸서 초이스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찾은게 마드리드를 경유해서 프라하로 가는 이베리아 항공 티켓. 
유럽은 처음인데 괜찮으려나 하다 그냥 질렀다. 어디든 가고싶었으니까. 








갈 곳이 정해지니 그 다음부터는 리서치, 리서치, 리서치. 호스텔을 찾고 가볼 곳과 먹을 거리를 찾고 
어떻게 움직이는게 가장 효율적일까 고민하면서 일정을 만들었다.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대충 일을 정리하면서 짐을 챙겼다.








가기 전에 처리해야 하는 것들 중 예상치못하게 귀찮았던 환전.
한국은 은행에서 환전이 쉽게 되던데 미국은 뭐가 이렇게 귀찮은지.
미리 지점에 연락해서 외화를 받으면 그때 가서 바꿔야되고 바꿀때도 뭐 온갖 아이디랑 정보를 줘야되고.  
심지어 마드리드랑 프라하는 카드를 잘 받는다길래 나는 딱 100불 정도만 바꿀거였는데 그정도의 유로도 없다고 했다.
뭐 좋아, 요청해서 기다리는 건 상관없는데 기본 일주일을 기다려야하는건 좀 너무하잖아.
시간이 없어! 찾고 찾다가 Wells fargo 지점 중 한곳에서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 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전화해서 물어봤다.
100불만 바꾼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해서 바로 튀어가서 바꿨다.
내가 쓰는 은행이 아니라 수수료에 extra fee가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간신히 바꿀 수 있었다.
물론 공항에서 바꿀 수도 있었는데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환율이 완전 동네 양아치 수준 (-_-) 이어서
온갖 fee를 빼더라도 은행에서 바꾸는게 훨씬 나았다.







물가 계산을 위해 핸드폰에 환율을 찍어갔다. 혹시 유심이 안될 경우를 대비해야지. 
유로가 거의 1:1일때 가서 다행이었다. 






마드리드와 프라하, 두곳에서 다 유심을 살 예정이었지만 뭔가 틀어지거나 했을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갈곳의 지도를 찾아봤다. 작게 스크린샷해서 프린트에 뽑아가면 혹시나 필요할때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아니면 나중에 일기장에 스크랩처럼 붙여도 되니까. 



 
9월 27일 수요일,
아침에 출근해서 대충 정리해두고 미리 말해둔대로 점심시간에 나왔다. 
이때 자동차가 아직 바디샵에서 인스팩션 중이어서 렌트카를 타고다녔는데 이날 리턴을 하기로 되어있었다. 
렌트카를 공항에서 리턴하면 정말 좋았겠지만 보험으로 커버되는 렌트카는 공항지점에 리턴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근처 지점에 리턴을 하고 셔틀 픽업을 그곳에서 받기로 했다. 
평일 낮이라 누가 내려줄 사람이 없었다 흑흑. 

온갖 블로그 후기들과 미국 여행 사이트들, 정보를 보고 또 보면서 머리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했더니
벌써 유럽에 갔다 온 것 같지만 막상 이날이 되니까 살짝 패닉이 온듯 했다. 
속터지는게 사실 이 전날 새 차를 사러 가려고 했는데 세일즈 직원의 실수로 못샀다 ㅜㅜ 이놈의 렌트카.. 
어찌됐던, 렌트카 지점에 잘 도착해서 나이스한 직원의 도움으로 매우 쉽게 리턴은 끝냈는데
며칠전에 미리 예약해둔 셔틀이 올 생각을 안했다. 
20분 정도가 지나도 올 기미가 안보여서 연락을 했더니 지금 가고 있으니 기다리란다.





아 나 진짜.. 

 
솔직히 이러다 캔슬되는거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Shuttle 2 lax라는 곳에서 예약을 했는데 후기들이 하도 안좋아서 "아 나도 이러다가 렌트카를 다시 빌려서 운전하게생겼구나" 라고 거의 포기 상태로 있다보니 원래 픽업 시간보다 거의 30분 늦게 왔다.
그래 뭐, 캔슬 안하고 와서 고맙습니다 하고 탔더니 내 다음으로 3명을 더 픽업해야 한단다. 
공항까지 가는데 적어도 한시간을 걸릴텐데, LAX는 워낙 복잡하고 TSA가 개떡같이 오래걸려서 국제선은 넉넉히 3시간 전에 가는게 좋다. 즉, 잘못하면 정말 늦을 거 같아서 아저씨한테 말했더니 자기는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거기때문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아 그럼 저는 어떡하나요..
트래픽에 걸리까봐 한참을 걱정하고 고민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비행기 출발 2시간전 미터기 택시 안에서 겪는 방콕 시내의 퇴근시간 트래픽은 정말 탈모에 걸릴 것 같은 스트레스였다.
 미션임파서블 찍는 줄 알았다. 이 얘기는 동남아여행에서 다시 나올 예정.


빙빙 도는 셔틀에서 온갖 생각을 하다가 그냥 포기했다.
이렇게 걱정하고 생각하기 싫어서 나온 여행인데 시작하기 전부터 계속 이러고 있네. 
이제는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그냥 이어폰 꼽고 음악이나 들었다. 






도착하면.. 도착하겠지 뭐.. 


돌고 돌고 돌아 출발 2시간이 살짝 안되는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다. 
솔직히 이것도 늦은 건 아니다. 운좋으면 사람이 별로 없어서 금방 들어갈 수도 있는데 나는 아니었다. 
이날처럼 공항에 사람 박터지게 많은 건 또 처음이었다. 엉엉 나 비행기 놓치면 안되는데.. 
거기다 체크인도 너무 늦게해서 window seat을 못받았다. 남아있는게 4명자리 끝. 초이스가 없군요. 
온라인으로 미리 좌석을 골라서 체크인 하려고했더니 extra charge가 붙어서 안했다. 
최대한 싸게 가려고 아무 목적지나 상관없이 가는건데 좌석 때문에 돈을 이따만큼 더 쓰라고? 놉..







TSA까지 끝내고 터미널쪽으로 나왔더니 시간이 아주 조금 남아있었다. 
오피스에서 점심시간에 나와 아무것도 못먹었더니 배가 너무 고파서 커피랑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스타벅스 생일 리워드로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맛이 없었다 후... 
비행기에서 밥 줄거 알지만 언제 줄지도 모르고 맛없으면 또 굶어야되니까 (..) 먹은건데.
그러다 보딩이 시작되었고 어짜피 줄서서 기다려야 하니까 나머지를 다 먹고 보딩을 하러 갔다. 






이베리아 항공은 처음이었는데... 정말 별로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큰 공항에서 다른 대륙으로 넘어가는 비행인데 기체가 엄청 작고 오래된게 보였다. 
이거 엘에이>마드리드 직항아니요?
나는 경유라고 치지만 어떻게 스페인 항공사에서 마드리드 가는 비행기가 이렇게 후질 수 있지. 

비행기 자체를 떠나서 실망했던 부분 중 하나는 캐빈크류들이 사람들을 계속 치고 지나다니는 거였다. 
승객들도 지나갈때 남들을 칠까봐 조심히 다니는데 어떻게 캐빈크류가 이렇게 퍽퍽 치면서 지나갈 수 있지? 
덩치 큰 아저씨고 언니들이고 간에 굉장히 careless하다고 느꼈다. 
거기다 쳐도 미안하단 소리도 안해.. 밤비행기에서 잠깐 잠깐 조는데 지나가던 캐빈크류에 치여 깬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내가 덩치가 너무 커서 의자 밖으로 튀어나오는 수준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칠 수가 있을까. 

그리고 가장 맘에 안들었던건 차별. 차별이 맞는 단어일까 모르겠다. 
참 웃기다고 느낀게 스페인 사람들 아니면 스페인어를 하는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친절했다.
과한 친절함이 프로페셔널함을 망치는 수준이었다.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서로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끼리 더 상냥하게 대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거다. 
그치만 그게 본인의 직업태도에 문제를 주고 다른 승객한테 불이익을 줄때는 자제를 해야하지 않나. 
내 앞과 옆을 챙기고 나를 건너뛴 뒤에 있던 사람들을 챙기고, 그제야 밥을 받을 수 있었다. 

스페인어로 할때는 인사하면서 상냥하게 물어보더니 외국인들한테는 "비프 오어 피쉬" 이러고 말았다. 
헬로우 한번 해주면 어디가 덧나니? 좀 어이가 없어서 일부러 웃으면서 스페인어로 대답했다. 
그러자 아저씨가 "오, 스페인어 하네? " 하면서 톤이 달라진 목소리로 대답을 하더라. 
조금밖에 못한다고 웃으면서 음료까지 주문했더니 그제서야 억지로라도 웃으면서 Enjoy이러고 갔다.
상냥하지는 않더라도 쌀쌀맞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았을걸. 안상냥한거랑 재수 없는 거랑은 다른데. 

순간 한국 국적기를 탔을때 승무원분들이 한국어로
"식사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뭐뭐 준비되어있습니다"라고 할때랑 영어로 간단하게 설명할 때,
외국인들이 이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엎친데 덮친다더니 정말 더럽게 맛이 없었다. 
충격적일 정도의 빵. 버터랑 우유, 계란을 빼고 만들면 이런 텍스쳐와 맛이 나오겠다 싶은 빵이었다. 
어떻게 빵을 주구장창 먹는 나라 항공사에서 빵이 이렇게 맛이 없을 수 있냐고!! QC안하냐고!!
중국동방항공은 비행 도중에 빵을 구워주더라!! 








두번째로 나온 기내식은 열었다가 한입먹고 다시 닫았다. 해동도 제대로 안된 샌드위치를 주다니. 
젤리나 챙겼다가 나중에 당 떨어질때 먹었다. 







그나마 간신히 맘에 들었던건 레몬 맛 환타. 처음봤다. 



이날의 피날레는 주위에 있던 여자 두명이 마드리드 공항에 내릴때까지 계속 구토를 하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지친 느낌이었다. 









덧글

  • 올시즌 2018/01/16 22:14 #

    여행 시작이 ㅎㄷㄷ하네요...
  • 요엘 2018/01/17 13:55 #

    제가 쓰면서도 스트레스를 다시 받는거같아요 하하
  • 알렉세이 2018/01/16 23:15 #

    어우야...

  • 요엘 2018/01/17 13:55 #

    시작부터 빡세죠..?
  • DreamDareDo 2018/01/17 08:58 #

    힘든 일이 있으셔서 시 전환하기 위한 여행이었을텐데 더 지쳤을 거 같아요. 도착하고 나서 어떤 시간을 보내셨는지 궁금해요~
  • 요엘 2018/01/17 13:55 #

    말씀대로 전환을 위한 여행이었는데 초반에는 그냥 함듬의 연장이라 더 지쳤던것같아요. 뒤에 이야기들도 열심히 올려보겠습니다!
  • skalsy85 2018/01/17 11:00 #

    아악. 피날레가 옆 사람, 것도 두명이나 구토라니... ㅜ.ㅜ 저도 멀미가 심한 편이라서, 간신히 참고있었는데 옆 사람 냄새에 올라올뻔한 적이 있어서 진짜.... 비행기에서 고생 하셨네요..ㅜ.ㅜ
  • 요엘 2018/01/17 13:57 #

    참고있을때 옆에서 누가 하면 정말 괴롭죠..ㅜㅜ 저는 챙겨간 귀마개 꼽고 안보인다 안들린다고 주문을 걸면서 버텼습니다 하하. 놀러와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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